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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안

11. 검찰청을 찾아오는 분들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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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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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검사 생활을 해오면서 늘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검사실로 저를 찾아 온 분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대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검찰은 범죄의 진상을 밝혀서 재판에 회부하고, 형벌을 집행하는 것을 본연의 임무로 하는 곳입니다. 누구에게 상을 주거나 떡을 나눠주는 기관은 아닙니다.

 

범죄로 인하여 억울하게 피해를 본 사람이 있는데, 가해자나 그 가족이 선처를 부탁한다고 해서 맘대로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사건이 많고 바쁘다 하더라도, “귀찮다, 성가시다, 또는 아까운 시간을 빼앗긴다고 생각지 말고, 안되는 일은 안 된다고 친절하게 설명이라도 해줘야 한다고 늘 속으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벌금을 깎아 달라고 찾아오는 사람에 대해서는 벌금은 형편이 어렵다고 해서 깎아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형편이 어려우면 우선 일부만 내고 나머지는 나중에 가서 분납을 해도 됩니다. 정히 형편이 어려우면 13만 원씩 환산해서 노역을 살게 해줄 수도 있습니다.” 하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또 예를 들어 구속 피의자의 가족들이 찾아와서 선처를 호소하면, 사실 저는 구속 피의자의 부모가 찾아와서 선처를 부탁할 때 왠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이 감정이 복받칠 때가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찾아온 그 분들에 대하여는, 안심을 시키고 위로를 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구속된 사람은 지금 잘 있습니다. 구속이 됐다고 하면 괜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독립투사를 연상해서 밤에는 시멘트 바닥에서 잠을 자고 낮에는 무슨 매질이라도 당하고 있는 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바깥에 있는 가족들은 구속된 사람을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해야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걱정이 돼서 잠을 못 이루고, 아무나 붙잡고 부탁을 하고, 심지어는 전세금을 빼서 브로커 한테 갖다 주는 경우도 있지만 정작 구속돼서 안에 들어앉아 있는 사람은 마음 편하게 아주 잘 있습니다.”

면회 가서 물어보시면 알겠지만 하루종일 방안에서 뒹굴고 있습니다. 담요를 뒤집어쓰고 뒹굴면서 육포를 씹어먹고 있습니다. 하루 이틀 빨리 나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부모라고 해서 평생 자식 뒤를 쫓아다니면서 인생을 대신 책임져 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집행유예든 뭘로든 나오긴 나올 텐데, 중요한 것은 이번에 나오면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새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면회 가시거든 가족들 모두가 걱정하고 있으니 용기를 잃지 말라고 위로해 주고, 또 나오거든 부디 새사람이 되라고 격려도 해 주십시오.”

 

이렇게 얘기를 해주면, “검사님 말씀 듣고 나니 속이 후련해지고 걱정과 불안감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사실 그동안 자식놈이 끊임없이 말썽을 피워 온 가족이 얼마나 속을 썩여 왔는지 모릅니다. 이번 기회에 따끔하게 혼을 내서 제발 인간을 만들어 주십시오.” 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있었습니다.

 

 

 

(2000. 5. 15. 안동대학교 사회과학대학원 특별강연, '지역에 있어서 법의 탄력적 적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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